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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뉴스 기사를 보다가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와줬는데 그 과정에서 폭력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오히려 신고되었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그래서 갑자기 정의에 대해 궁금하게 되었다. 그래서 정의란 무엇인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우연히 서점에서 책의 표지를 보고 눈길이 가게 되어 리뷰하고자 한다.

 

  정의란 무엇인가? 도덕적 관점의 정의, 정치적 관점의 정의, 경제적 관점의 정의 등 우리 사회에서 '정의'라는 존재를 누구든지 알고 있지만, 그것의 존재이유의 가치를 이해하고 지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보통 생활에서 흔히 일어나는 평범한 일중에서도 자세히 관찰해보면 정의를 찾아낼 수 있다. 우리는 가끔 무의식 중에 과연 자기가 하는 것이 정의로운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딜레마에 빠지게 되기도 한다. 보통 ''의 관점에서는 최대한 정의롭게 생각하고 움직이려고 노력하지만, 그게 과연 다른 사람들에게도 정의로운 것인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나도 확신 할 수 없다.

 

 '하버드대의 20년 연속 최고의 명강의'라는 정의란 무엇인가는 역시 최고의 강의답게 굉장히 딜레마적인 이야기들을 심도 있게 풀어나가고 있다. 에피소드들을 하나씩 풀어낸 다음 상황을 바꿔가면서 우리에게 곤혹스런 질문들을 계속 던진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단순히 책을 읽어가는 방식의 수업이 아닌 학생들과 ‘소통’을 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대학 들어오기 전에 이 책을 읽고 나서 대학에서는 이런 식으로 수업을 하는구나 싶었는데 막상 들어오고 나니 내가 생각했던 대학에서의 수업 방식과 달랐던 점도 아쉬웠다. 이 수업에서 그는 주어진 시간 내내 혼자 이야기하려고 하지 않고 학생들의 생각을 듣고 그 학생의 의견에 동조하거나 반박하면서 결론에 도달하는 방식을 즐긴다. 그 때문인지 어려운 내용을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정의‘란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는 '개인 간의 올바른 도리 또는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공정한 도리’ 라 정의하고 있고 나는 그냥 옳은 일을 하는 것, 불의에 대항하는 것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을 수록 아이러니하게도 ‘정의’ 라는 것이 정확히 어떤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인가를 헷갈리게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말하는 행복이나 평등, 자유 등의 원칙들의 기준은 무엇인지, 지금껏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의미들이 전혀 다른 시각으로 보이게 되었다. 결국 다 읽고 나서야 ‘정의’ 라는 것이 우리 세상에 전반적으로 걸쳐 퍼져있었다는 점을 깨달았다. 또한 우리가 이제껏 들어왔던 모든 원칙들의 정의를 새롭게 내려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책에 있는 모든 내용들이 옳다고 할 수는 없다. 단지 다른 측면으로도 생각을 해봐야 하고 여러 조건에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정의’ 의 개념이 어려워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책 속으로 들어가보면 내가 정말 생각을 많이 했던 이야기가 있다. “지금 당신은 기관사다. 기차를 몰고 있는데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는다. 눈앞에서 인부 다섯 명이 철로 공사를 하고 있다. 이대로 돌진한다면 그들은 죽을 것이다. 그러나 철로가 하나 더 있다. 그 곳에서는 한 사람이 철로 공사를 하고 있다. 당신은 철로를 돌릴 것 인가?”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당연히 다섯 사람을 살리고 한 사람을 죽인다고 할 것이다, “돌려! 죄 없는 사람 하나가 죽겠지만, 다섯이 죽는 것보다는 낫잖아.” 한 사람을 희생해 다섯 목숨을 구하는 행위는 정당해 보인다. 그러나 그 한 사람의 목숨의 가치는 무의미한 것인가? 난 당장 예외적인 방법을 찾는데 모든 최선을 다할 것이지만 정말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난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는 것일까? 모르는 사람이라고 가정했을 때 조금 더 선택이 쉽다면 만약에 양쪽 인부들이 내 가족이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정말 어떤 것을 선택해도 힘든 이런 결정을 그는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물론 이 선택에서 결론을 내리기는 그도 굉장히 어려울 테지만 이런 이야기에서 수업의 주제를 쉽게 이끌어내고 풀어가는 그의 수업방식은 내게 굉장한 인상을 주었다. 그렇다 보니 아직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정답을 발견하지 못했다. 물론 작가 자신이 '정의란 어떤 것이다' 라는 결론을 내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결론을 찾아 나가기 위해서 어떤 사례에 다양한 견해를 대입해 보고 그 견해를 보충하기 위하여 다른 견해를 도입해 나가는 과정은 마치 어린 시절 어떤 잘 알려진 식이 어떻게 도출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수학적 정의의 과정을 보는 것처럼 매우 신기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또한 조금 더 ‘정의’ 라는 단어에 대해 이해했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신기한 매력이 있는 책인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다른 강의 중에 '대학이 경매로 입학생을 뽑아도 될까?' 라는 질문을 던지는 부분이 있는데, 우리나라 현실에 맞게 바꿔보자면 지역별로 농어촌 학생들에게 입학을 허가하거나, 국가 유공자 자녀에게 입학을 허가하는 제도는 일반 수험생의 권리를 침해하는가? 대학의 기부입학제는 괜찮은가? 라고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정의에 대한 물음은 누구나 한 번쯤은 던져 보았을 것이다. 비록 정의의 본질을 밝혀 낼 정도로 깊이 들어가지는 않았을 것이지만, 평소에 많이 접할 수 있었던 여러 가지 옳음을 구별할 수 없는 사례들의 맞고 틀림을 구별하기 위해서 여러 시대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에 대해 비판해 나가는 과정은 매우 흥미 있었다.그리고 그런 견해들을 이어나가는 작가의 능력이 매우 탁월한 것 같았다. 비록 앞으로 정의에 대해 이렇게 깊이 있는 성찰을 할 일은 없겠지만 학자들의 영역으로만 생각했던 이런 깊이가 있는 생각을 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정의란 무엇인가’ 는 마지막까지 '정의는 OO이다.' 하고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다만 끝없는 질문을 던지면서 독자를 딜레마에 빠뜨릴 뿐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읽으면서 계속 ‘정의(Justice)’의 정의(definition)가 달라진다. 책을 읽으면서 사색에 빠진다면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까 그 생각 뿐일테고, 한참을 고민하다 마침내 답을 얻고 다음 페이지로 넘기면 새로운 반론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또 다시 고민의 시작인 것이다. 결국 이런 고민을 반복하는 책이 ‘정의란 무엇인가’ 이다. 그렇다면 어느 혹자는 왜 고민에 빠지는 일을 반복하는 책을 읽느냐고 물을 수도 있을 텐데, 그에 대한 내 주장은 "그럴만한 가치가 충분하고, 한번쯤 쉽게 생각해왔던 ‘정의’에 대해서 사색한다면 조금 더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고 말하고 싶다. 현대 사회에서 정의란 무엇인가. 그 질문에 대해서 아마도 이 책이 당신에게 답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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