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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관심있게 보는 유튜버 Solfa 님의 영상 '일본과 중국은 한국사를 어떻게 배울까?' 에 대한 비교 영상을 보고, 다른 나라 사람이 우리 나라 역사를 보는 관점에서 학부생 시절 재미있게 공부했던 미야지마 히로시의 '나의 한국사 공부' 가 떠올랐다. 그래서 이 책을 오랜만에 살펴보면서 느낀 점을 공유할 겸, 간만에 독서 포스팅을 하려고 한다.

 

  이 책은 일본인인 미야지마 히로시 교수의 40년 한국사 연구성과와 그가 주장하는 '소농사회론' 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담아낸 책이다. 그의 핵심적인 주장은 기존의 서구적 근대화에서 보는 동아시아의 근대 시기를 새롭게 보아야 하며, 한국은 조선시대 중기인 '16세기' 부터 시작되었다고 주장한다. 또한 그는 한, 중, 일 동아시아 3개국의 근대를 '소농'을 기반으로 한 사회라고 보며 소농에 대비되는 거대 토지귀족이 없다는 점을 동아시아 근대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는다. 그래서 '소농사회론' 은 기존의 서구사회의 '고대-중세-근대' 라는 시대구분을 부정하는데, 다시 말해 서구사회에서의 근대 이행의 전단계인 봉건제가 동아시아에 없었다는 '봉건제 부재론'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그리고 주자학을 동아시아 근대에서 중요한 사상으로 보면서'소농'의 통치 관점과 연관지어 주자학을 재평가하고자 한다.

 

 이는 생각보다 굉장히 신선한 접근이었다. 내 생각에는 기존 세계 자본주의 체제로의 편입이라는1876년 강화도 조약. 이것이 분명 내가 교과서에서 배웠던 우리나라의 근대시기인데 이것을 부정한다는 것인가? 따라서 저자의 주장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은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한국사 지식에 대한 재조명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이 시점에서 '이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 것인가?' 에 대한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따라서, 이 책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하고 기존의 나의 한국사적 지식을 최대한 활용하여 나의 입장에서 의견을 피력하는 것으로서 이 책을 리뷰하고자 한다.

 


  저자가 이야기했던 핵심적인 부분들 중 흥미로운 부분들이 몇 가지 존재했는데, 첫째로 저자는 동아시아의 근대 중 한국의 근대를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1876년 강화도 조약을 기점으로 하는 것이 아닌 소농사회가 형성되는 조선시대 중기인 16세기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는 이 점을 '16세기를 근대로 보아야 한다'와 같은 주장을 모두 떠나 굉장히 신선하게 느꼈다. 내가 기존의 가지고 있던 근대의 패러다임을 흔들어놨기 때문이다. 

 

또한 어쩌면 내가 너무나 자본주의의 기준에서 근대를 파악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라는 반성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사에서 근대의 시기를 논하는 것은 역사학계에도 굉장히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에 이 저자의 시기가 맞다고는 할 수 없지만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하기 때문에 이 책을 읽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둘째로 토지조사사업에 대한 미야지마 히로시의 주장이다. 그는 한국사학계의 견해인 내재적 발전론에 입각하여 토지조사사업을 토지수탈을 위한 것이라고 파악하는 것을 비판한다. 그의 입장을 정리하면 일제의 토지조사사업이 한국 토지제도를 근대화시킨 것은 맞지만 그 토대는 조선시대 토지제도 자체가 근대화에 도달될 만큼 이미 성숙되어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 부분이 흥미로웠던 점은 나는 토지조사사업을 단순히 조선의 토지를 몰수하기 위한 것으로서 일제의 부정적인 만행으로만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입장을 읽고 나서, 나의 기존의 생각이 한국 사학계의 주류 견해에 치우쳐있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토지조사사업으로 인해 농민들이 토지를 대량으로 상실했다는 견해만큼 당시의 농민을 우습게 보는 시각도 없다'는 저자의 주장은 당시의 식민지 사회를 정확하게 파악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며, 나도 쉽사리 동의할수만은 없을 것 같다.

 

  셋째로, 저자가 제시하는 '유교적 근대' 의 개념이다. 여기서 저자는 '근대' 라는 개념을 현재와 직결되는 시대라는 의미로 정의하고 시대구분에서 가장 핵심적인 의미를 가지는 것은 근대 이전과 근대의 구분이라는 점이라 주장하는데,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근대' 라는 개념을 어디부터 어디까지와 같은 시기로 구분하거나 어떤 사건을 계기로 구분하는 것이 아닌 '현재와 직결되는 시대' 라고 정의내린 것이 뭔가 멋있었다. 왜냐하면 시간이나 사건 중심의 미시적인 것이 아닌 전체적인 틀에서 내려다 본 거시적인 것으로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근대 앞에 '유교적' 이라는 말을 썼는데, 이는 중국적 근대를 보여주는 것임을 저자는 말한다. 기존의 서구적 근대에 익숙해져있던 나에게는 유교적 근대가 굉장히 신선했고 그것이 시사하는 바 또한 다시 한번 '근대'의 개념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소농사회론'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다. 저자는 17~18세기 동아시아 3국은 대규모 부농 중심의 서구와 달리 소농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 사회라 주장한다. 이에 비해 내가 기존에 알고 있었던 조선시대 사회는 양반사회였는데, 책을 통해 저자가 주장하는 바와 그 근거를 살펴보니 양반사회라고 섣불리 정의내리기는 힘들어지게 되었다. 또한 '양반'이라는 존재도 신분이라는 개념으로 파악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나타냈는데, 이에 대한 저자의 주장도 꽤 설득력있다고 생각이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전반적으로 들었던 생각은 '내가 너무 한 우물안에만 있었던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였다. 더 나아가서 그렇다면 내가 한국사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생기게 되었다.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은 것은 미야지마 히로시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와는 상관없이, 전한국사에 대한 나의 무지였다. 나름 어렸을 때부터 한국사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새롭게 이해되는 것들이 꽤나 많았다. 또한 일본인으로서 상당한 수준의 한국사 지식을 가지고 있는 저자와 비교하여 반성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 책은 읽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저자가 주장하는 '소농사회론' 을 비롯하여 모든 내용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가 기존에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사실들에 대한 의심을 환기시킬 좋은 기회가 될 것이며 한국사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확장을 제공해줄 것이다. 또한 저자의 '유교적 근대' 와 같은 주장이 '중국중심주의'로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이 아닌가? 와 같은 비판적인 생각이 동반된다면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을 더할 수 있을 것이다.

 

  매일 프로그래밍을 하다가 머리를 식혀줄 겸 오랜만에 이 책을 다시 보니 내용이 한층 더 어렵게 느껴졌다. 역시 공부는 다 때가 있다는 것을 마지막으로 리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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