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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나는 매일 피로함을 느끼고 있다. 아마도 과한 카페인이 원인이 아닐까 싶다. 피곤하기 때문에, 오늘은 피로사회에 대해 리뷰하고자 한다.

 

  한병철 교수의 피로사회는 출시 당시 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단번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베스트셀러가 된 것에 대한 나의 생각은 아마도 현재 우리 사회와 맞물려서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않았나 싶다. 현재 우리 사회는 굉장히 각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새벽 다섯 시면 버스 정류장에서 출근을 기다리는 직장인들을 많이 볼 수 있다아침 일찍 출근과 함께 현대 직장인들의 바쁜 하루가 시작된다. 열심히 일하고 또 일하고 또 일하다 보면 어느새 늦은 밤이 되고 집에 돌아와 지친 몸을 달래고 잠에 든다. 그리고 다음 날 일찍 언제 그랬냐는 듯이 출근을 한다. 대충대충 하자니 회사에서 잘릴 것만 같고, 승진을 위해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하자니 야근은 필수고, 정말이지 우리 사회는 고단한 하루의 연속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피로사회일지 모른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다대학이란 문을 향해서 아침 일찍 일어나 학교로 향한다. 그리고 하루 종일 수업을 듣고 저녁에는 야간 자율학습을 하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늦은 밤이 된다. 다른 친구들보다 좋은 대학에 가려면 더 공부해야 한다. 왜냐하면 수능이라는 경쟁에서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는 스스로를 착취하고 있으며 성과주의의 사회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이 책은 현대사회의 '성과주의' 에 대하여 날카롭게 비판한 한 책이다. 저자인 한병철 교수는 성과사회는 그 주체가 스스로를 착취하고 있으며 '가해자' 인 동시에 '피해자' 라고 언급한다. 왜냐하면 자기 착취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기본 원리로서 타자를 착취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고 더 많은 성과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자기 착취는 자유스러운 느낌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완전히 망가질 때까지 자기 자신을 자발적으로 착취하게 된다고 한다. 

 

  이 말에 공감할 수 있는가? 쉽게 이해하기를 상대방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은 그것으로 끝나지만 자신과의 경쟁은 끝이 없기 때문에 훨씬 더 효과적인 것이고 그것으로 인하여 더 많은 성과를 달성한다고 보았다. 그렇게 끝없이 자신을 착취함으로써 가해자가 되며 동시에 자신은 우울증, ADHD 등과 같은 병에 노출되는 피해자가 된다고 보는 것이다.

 

  피로사회에서 언급되는 내용들이 우리 사회와는 무관한 일일까? 지금 살아가고 있는 한국의 사회도 성과주의를 피해갈 수 없다고 본다. 긍정성의 패러다임에서 결국 우리는 긍정성의 과잉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쉬운 예로, 우리는 대학생으로서 열심히 노력하면 성적도 올릴 수 있고, 좋은 성적이란 성과를 가지고 사회에서 취업을 할 것이며, 열심히 일한다면 승진도 할 수 있고, 그와 함께 돈도 많이 벌 수 있다고 긍정하며 믿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믿고 있다기 보다는 자라면서 믿도록 배웠다고 하는 게 조금 더 일리가 있지 않나 싶다. 이러한 긍정성의 과잉상태는 우리를 끊임없이 노동하게 하며 활동하게 한다. 물론 이러한 행동을 하도록 강요받거나 착취받지도 않는다. 행동을 하는 주체는 본인인 것이다. 

 

  조금 더 크게 본다면 이 모든 일들은 자본주의 하에서의 경쟁으로 인해 비롯된 일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이렇게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과다한 노동은 '자기 착취'를 동반하게 된다. 따라서 성과사회에서의 개인은 ‘피해자이자 가해자이며 피착취자인 동시에 착취자’라는 다소 복잡한 문장이 성립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한국사회에는 ‘힐링’이 굉장히 유행이다내 주위의 수많은 또래 친구들도 힐링을 원한다는 것을 SNS를 통하여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스스로의 착취를 멘토의 조언을 통해 합리화하며 자신을 위로하지 않는가? 사실 어떻게 보면 이런 것도 현대 사회를 헤쳐나가는 방법이 될 수 있겠다. 또한 최근 한국사회에는 새로운 시선이 일어나고 있다. 뉴스에서는 열심히 노력해도 취직이 안된다는 얘기가 나오고, 대기업에 취직해도 서울에 전셋집 구하기도 힘들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흔히 말하는 ‘삼포 세대’ 가 등장하기도 했다. 스스로의 착취를 이기지 못한 사람들이 결국 포기를 하고 마는 것이다. 

 

  이러한 ‘피로사회’에 피로해져 버린 한국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려되는 바는 앞으로 이런 사람들이 늘어나는게 우리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대처할 지도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다. 물론 이러한 자기 착취를 통해서 우리가 새롭게 얻은 것도 있고 생활이 윤택해진 것도 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자기 착취로 인하여 갈수록 힘들어지는 이러한 피로사회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는 각자 다양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우리에게 끊임없는 자기착취만이 정답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실 이 책 '피로사회' 를 세 글자로 압축한다면 ‘어렵다’ 이다. 그렇기에 이 피로사회의 리뷰를 작성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임이 분명할 듯싶다.작품의 방향성을 정확히 읽지 못하면 자칫 감상이 삼천포로 빠질 수 있을만한 책이다. 솔직하게 지금도 나 자신이 정확히 짚고 있는지는 확신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피로사회라는 책을 읽으면서 현대사회의 피로, 우울에 대해 다각도의 진단을 해보는 것은 현대사회의 성과주의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있어서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속담에 ‘작은 고추가 맵다’ 라는 속담이 있다. 생각보다 이 책은 굉장히 분량이 적다. 하지만 분량은 적어도 책 속에다가 저자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날카롭게 담았다. 그렇기에 갖은 실속으로 가득 찬 이 책이 더 큰 가치를 발휘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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